나를 나로 만드는 것 · 테스트 문항 20/35
The Branch-Line Case (Fission and Duplication)
순간이동 장치가 고장 나 원본도 남고 복제본도 생겼다면, 누가 나일까요? 파핏의 '지선 사례'와 분열 문제를 정리했습니다.
다시 순간이동 장치입니다. 이번엔 고장이 나서 서울의 원래 몸이 분해되지 않고 그대로 남았습니다. 뉴욕에도 똑같은 사람이 생겼습니다.
이 경우 뉴욕의 사람은 내가 아니라 복제본이다.
데릭 파핏이 『이유와 인격』(1984)에서 제시한 '지선(Branch-Line) 사례'입니다. 새 스캐너가 원래 몸을 파괴하지 않고 정보만 기록하는 바람에, 화성에 복제본이 만들어진 뒤에도 지구의 원본이 남아 있습니다. 게다가 원본은 스캐너의 부작용으로 며칠 뒤 죽게 됩니다. 파핏은 이보다 앞서 1971년 논문에서 한 사람이 둘로 나뉘는 '분열' 사례를 다뤘습니다.
원본이 남는 순간 대부분의 사람은 '화성의 사람은 복제본'이라고 느낍니다. 이 문항에 동의했다면 당신도 그렇습니다. 문제는 심리적 연속성 이론에 있습니다. 화성의 사람도 원본과 똑같이 심리적으로 이어져 있으므로, 심리적 연속성만이 기준이라면 두 사람 모두 나여야 하는데,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모두 나와 같을 수는 없습니다(동일성은 일대일 관계이기 때문).
버나드 윌리엄스는 1950년대 논문에서 이 '복제 문제'를 들어 기억 기준을 비판했습니다. 심리적 이론가들은 흔히 '경쟁자가 없을 때만' 심리적 연속성이 동일성을 만든다는 조항을 덧붙입니다. 그러면 첫 순간이동(원본이 없어짐)은 생존이고, 이 경우는 생존이 아니게 됩니다. 파핏은 바로 이 점을 이상하게 여겼습니다. 나와 화성인의 관계는 두 경우에 똑같은데, 지구에 원본이 있는지 없는지라는 외부 사실이 내가 사느냐 죽느냐를 결정한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. 그래서 파핏은 동일성보다 심리적 연결 자체가 중요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.